구박받는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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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박받는 아내
과거 어느 보살님은 집안도 넉넉하고, 자식들도 잘 키워서 남부러을 게 없었는데 말 못 할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남편 때문이에요.
남편 되시는 분은 밖에선 양반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성격이 무던했답니다. 그런데 집에만 오면 그렇게 화를 내고 구박을 줬대요. 그런 경우가 흔히 있죠?
보살님은 남편 쪽 집안이 워낙 건실하고, 직장도 번듯한데다, 사람들 말로는 성격도 좋다고 해서 부모님이 맺어 준 중매로 얼굴도 모르고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신혼 초부터 그렇게 화를 잘 냈대요. 조금만 실수해도 밥상을 엎어 버릴 정도로요. 그러니 맨날 '저 거지 같은 남편, 거지 같은 남편' 하면서 속으로 욕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보살님 속에 화가 쌓이는 거예요. 답답한 구석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서 친한 친구나 친척한테 말하면 직접 겪지 않으니 공감하지 못하더랍니다. 도리어 남편이 돈 잘 벌어 주고, 밖에서는 잘 나가지, 네가 배부르니까 그런 소리 하는 거라고 말하더래요. 그러니 화가 더 커지는 거예요. 결국 보살님은 위궤양에 걸릴 정도였지만 그래도 자식들 때문에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는 절에 다니셨답니다. 법문도 듣고, 기도도 배우고, 그렇게 절에 열심히 다니다 보니 마음이 많이 안정되더래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스님께서 보살님 이야기를 듣고는 전생의 업보인 듯하다면서 그걸 녹여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랍니다.
"스님, 그럼 어떻게 하면 되나요?"
"열심히 기도하십시오."
내가 지은 업의 결과이니 누가 풀어야 합니까? 내가 풀어야죠. 보살님은 스님 말씀대로 열심히 기도하셨대요. '관세음보살'도 부르고, 『천수경 』『금강경 』도 외우고 『법화경 』을 사경하면 좋다고 해서 사경도 하고요. 그러니까 이전보다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대요.
다만 남편은 변하질 않더랍니다. 그래도 절에 다니면서 기도하니 일단 내 마음은 편안하니까, 남편은 그러려니 두고 몇 년을 기도하러 다니셨대요.
좋은 기도 도량이 있다고 하면 그곳에 가서 철야 정진도 하고, 그렇게 기도하고 오는 게 삶의 낙이 되었답니다. 집에서 남편 안 봐도 되니까 그런 걸지도 모르지요?
하루는 어느 지방의 도량에 가서 철야 기도를 하셨다고 합니다. 밤을 새워 기도를 하는데 날씨가 좀 추었다죠. 더욱이 배도 고프고, 졸리기까지 하셨대요. 그래서 집에 갈까 생각하니 남편이 떠오르면서 '힘들어도 집엔 안 가.' 이러는데 순간 오만 생각이 다 들면서 설움이 복받치더랍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속상한 마음이 들면서 스님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대요. '항상 남편 이야기만 하면 내 업이 두꺼워서 그렇다는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하면서요. 보살님은 그날 큰 법당 안에서 대성통곡을 하셨답니다.
보살님은 울면서도 기도하던 버릇이 있으니까 '관세음보살님,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했대요. 그렇게 속 시원하게 울고 나니까 마음이 안정되잖아요. '다시 정신 차리고 기도나 하자. 기도 말고는 살 길이 없다.' 하고 기도를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순간 눈앞에 환한 영상이 펼쳐지더랍니다.
보살님 말씀이 마치 조선시대 같더래요. 어느 예쁘장한 아가씨가 보이는데, 분홍 저고리에 꽃신을 신고 봄날 소풍을 나온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꽃 구경을 하고 있는데 거지 한 명이 구걸을 하고 있더래요.
거지니까 얼마나 지저분하겠어요. 그러니 이 아가씨는 저 거지가 나한테 오면 옷하고 꽃신에 때 묻을까봐 싫다는 마음이 있었나봐요.
그런데 거지가 그 부유해 보이는 이기씨를 발견하고는 "한 푼만 줍쇼." 하면서 와락 달려들었대요. 깜짝 놀랐겠죠? 순간 화가 난 그 아가씨는 "이런 거지 새끼가!" 하면서 동냥 바가지를 발로 뻥 차 버렸다고 합니다. 결국 바가지가 허공을 날면서 와자작 깨져 버렸지요.
그 거지에게 유일한 재산이 무엇이었겠습니까? 네, 그 바가지죠. 옛말에 이런 말이 있어요, '거지가 아무리 미워도 바가지는 깨지 말아라.' 그런데 그 바가지를 깨 버린 거예요. 하염없이 날아가는 바가지를 보던 거지가 아가씨를 노려보는데 그 화난 표정이 남편의 화난 얼굴로 변하더래요.
그렇게 눈앞의 영상이 끝나는 순간 머릿속에 번개 같은 섬광이 번쩍이더니 '저 바가지를 깬 아가씨가 전생의 나였고, 거지가 이번 생의 남편으로 태어났구나. 그때 원한이 똘똘 뭉쳐서 복수하려고 내 남편으로 태어났구나.' 생각했답니다. 그렇게 자신과 남편의 전생을 알게 된 거지요. 보살님이 평소에 '거지 같은 남편, 거지 같은 남편' 그랬는데 전생에 진짜 거지였던 거예요.
참 신기한 건 그 순간 화로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면서 가슴이 시원해지더라는 겁니다. 이게 진짜 업장 소멸입니다.
그렇게 기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보살님은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남편 성격이 저절로 바뀐 거예요. 싹싹하고 살가운 정도는 아니지만 보살님을 모욕 준다거나 화를 내는 수도 많이 줄고, 구박하는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불법은 이와 같이 신기합니다. 내가 지은 업은 결국 내가 받고, 그 업을 푸는 것도 결국 내가 푸는 거예요.
살아가면서 우리 인생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펼쳐집니까? 그런데 좋은 일 생기면, 내가 잘나서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겼나보구나.' 해요. 반대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남 탓, 조상 탓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부모님 탓도 합니다.
아닙니다. 그건 자기 업입니다. 남편 탓하고, 아내 탓하고, 자식 탓해야 소용이 없어요. 그런 사람들을 만난 것 자체가 내 업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이번 생에 풀어내야죠. 언제까지 원망만 하고, 언제까지 남 탓만 할 수는 없습니다.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있는 법입니다. 우리가 전생에 지은 복의 인연, 또는 악업의 인연일 뿐입니다. 더 이상 남 탓하지 말고 내 업은 내가 풉시다.
ㅡ 기도 가피 이야기 중에서 ..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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