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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부처님, 행복이 꽃피는 도량에 나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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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결로 맺어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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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원사
댓글 0건 조회 176회 작성일 24-11-2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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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결로 맺어진 부부 


서울 삼각산 도선사에 청담 큰스님이 계셨습니다. 스님은 설법을 굉장히 잘하시기로 유명하셨는데, 군 법당에서 법회도 많이 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알고 지내던 군인들이 많았다고 하지요. 

  그중 월남전에 참전하고 돌아온 육군 대령 한 분이 계셨답니다. 그런데 오랜 군 생활에 결혼이 늦어져 마흔이 넘어서야 젊은 여성분을 아내로 맞았다고 해요.

  그런데 신혼인 데다 때도 늦어 누구보다도 한창 좋을 시기에 고민이 한 가지 있었다고 합니다. 이야기인즉슨, 낮에는 부인이 너무나 사랑스러운데, 해만 지면 한기가 느껴져서 으스스할 정도로 무섭게 보이더라는 것이지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하고 나서 며칠이 지났는데도 합방을 못했다고 했답니다. 그분은 답답한 나머지 결국 청담 스님을 찾아가 사연을 말씀드렸습니다.

  "전생에 두 분 사이에 원결(怨結)이 있나 봅니다."

   '원망할 원(怨)' 자에 '맺을 결(結)'자, 청담 스님은 원한의 맺힘이 있어서 그 업보를 소멸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부인이 자고 있을 때 부인을 향해서 절 세 번을 하고 앉아 마음 속으로 '관세음보살'을 외우세요.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외우면서 속으로 '잘못했습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우리 사이의 원한이 빨리 사라지기를 원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고 기도하세요."+

  "예, 스님.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나이 어린 부인을 향해 절하기가 힘들었나 봅니다. 자존심이 높은 편인 거죠. 이분은 스님께 그렇게 하겠노라 철석같이 대답하고 나왔지만 신경질이 났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이 어린 아내한테 절을 해.'

  이후 밤이 되어 부인이 자고 있는 걸 확인한 남편은 절을 할까,말까 망설이면서 방을 어슬렁거리다가 당일에는 결국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되는 날 밤에는 용기를 내어 결국 삼배를 했다고 해요. 그러고는 앉아서 염불을 하려는데, '잘못했습니다.' 하기가 너무 쑥스러워서 그냥 나와 버렸다고 합니다.

  스님을 찾아뵌 뒤 열흘이 지났을 때는 밤이 되면 습관처럼 아내가 자고 있는지 확인한 뒤에 절 세번을 했답니다. 그리고 쑥스러움을 누르면서 억지로 염불을 했다고 해요. 그런데 어느 날은 갑자기 울컥하더랍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짓을 해야 하나.'

  조금 남사스럽긴 합니다. 밤마다 몰래 아내를 향하여 절 세 번 하고, 관세음보살 염불하면서 '내가 잘못했습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하는 게요. 그러다가 '내가 무얼 잘못했는데!' 이러면서 설움이 쏟아진 겁니다. 

  주변 친구들은 좋은 아내 만나서 자식 낳고 옹기종기 잘 사는데 나는 이게 뭔가 하고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래요. 그런데 그런 가운데서도 자기도 모르게 '잘못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요.' 라는 말이 마음에서 쏟아져 나오더랍니다. 진짜 참회가 된 거예요. 내면에서 울음과 함께 터져 나오는 속죄의 마음이 솟구치더래요.

  그때 자고 있던 부인이 갑자기 몸을 들썩이더니 갑자기 잠꼬대를 했다고 합니다.

  "당신이 그러니 내가 용서해야지요."

 

 다음날 부인은 그 순간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환한 얼굴로 아침 인사를 하는데, 그날 이후 밤이 되어도 부인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더랍니다. 그러니까 업장이 소멸된 거지요. 전생에 맺힌 원한이 사라지게 된 겁니다.

  내가 지은 업에 의해서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부부의 인연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생에 내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겠습니까? 그리고 그들과 얽히고설킨 인연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중에는 좋은 인연도 있었을 테지만 또 나쁜 인연도 있었을테죠.

  우리가 이번 생을 살아가면서 좋은 인연만 만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살다 보면 나쁜 인연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좋은 인연, 나쁜 인연 할 것 없이 모두 다 내가 지은 업의 결과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듯 우리가 전생을 볼 수만 있다면 이번 생에 죄를 지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볼 수 없으므로 또다시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하고, 남을 원망하며 사는 겁니다.

  하지만 '내가 전생에 지은 업연에 의해서 내가 저 사람들을 만난것이구나.', ' 나에게 잘해 주는 사람은 내가 전생에 그만큼 베풀었기 때문이고, 나에게 못되게 굴었던 사람은 그만큼 내가 전생에 저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구나.'라는 것이 가슴속에 완전히 각인된다면 이 세상에 조금 좋은 일이 생겨도 그것에 집착할 일이 없고, 나쁜 일이 생겨도 그것에 크게 흔들릴 일이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다만 우리 중생 마음이 그렇지 못하므로 그동안 상처 주고 힘들게 했던 이들을 향해 참회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과거 전생에서부터 알고 지었건, 모르고 지었건 제가 지은 죄업을 참회합니다.'

  그런 정성으로 나의 악업, 나의 업장을 하나하나 소멸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마음을 잘 써야 합니다.


                ㅡ    기도 가피 이야기 중에서  ..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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