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손에 죽음을 맞다
페이지 정보

본문
* 아들 손에 죽음을 맞다
호남의 어느 지방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옛적, 아들 둘을 둔 부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의 재산을 반으로 나누어 아들에게 똑같이 물려주었지요.
그런데 형은 도박, 술, 여자를 좋아해 몇 년 가지 않아 물려받은 재산을 다 날렸다고 합니다. 반대로 동생은 착실하고 검소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부자가 되었지요.
재산을 탕진한 형은 궁리 끝에 동생의 재산을 빼앗을 잔꾀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컸던 동생의 효심(孝心)을 이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 계획은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했습니다. 아버지의 묘를 파헤쳐 시신의 머리를 잘라 숨긴 다음, 자신이 산적인 것처럼 편지를 써서 돈을 주면 아버지의 머리를 돌려주겠다고 협박하는 것이었지요.
효심이 강한 동생이라면 아버지의 머리를 되찾기 위해 두말하지 않고 돈을 내어 줄 것이니 자신은 산적 행세를 해서 그 돈을 받으려는 것이었습니다.
형은 이 계획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아버지 시신의 머리를 잘라 숨긴 다음 동생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나는 산적인데 네 아버지의 머리를 잘라서 갖고 있으니 언제 어디로 돈 천 냥을 가져오면 머리를 돌려주겠다는 내용이었지요. 만약 관아에 알리면 네 가족들을 몰살시켜버리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편지를 받아 본 동생은 분노로 몸이 떨릴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일은 가족과 상의해야 할 일이니 편지를 들고 형님을 찾아갔습니다.
"형님!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우리 아버지가 머리가 ... ."
동생은 형에게 편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형은 짐짓 깜짝 놀라는 척하면서 이게 사실인지 함께 가 보자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형제가 허겁지겁 산소에 가 보니 아버지의 무덤은 파헤쳐져 있었고, 시신에는 머리가 없었지요. 형은 뻔뻔스럽게도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아이고 이 일을 어쩌냐! 이 일을 어째!"
형은 동생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는 동생에게 말했어요.
"산적 놈이 정말 보복할지도 모르니 편지에 써 있는 대로 관아에는 알리지 말자. 나야 돈이 없다만 너는 부자이니 돈 천 냔 정도는 이럭저럭 모을 수 있지 않겠느냐? 그 돈을 산적에게 줘 버리고 아버지 머리를 돌려받도록 하자."
형제간에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끼어들었습니다.
"안 됩니다."
형제가 고개를 돌려 본 곳엔 형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버님, 삼촌. 제가 비록 나이가 어려 힘은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무예를 닦아 왔습니다. 제가 그 도적의 머리를 베어올 테니 제게 기회를 주십시요."
형, 그러니까 아이의 아버지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했겠지요.
'야, 이놈아! 네가 이 애비 목을 베겠다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말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럴 수는 없다. 너는 우리 집안 장손인데 그러다가 혹시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느냐?"
동생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아버지 말씀이 맞다. 네가 다치면 정말 큰일이야. 그냥 돈을 주고 할아버지 머리만 찾아오도록 하자."
형의 아들은 분했지만 아버지와 삼촌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침내 산적에게 돈을 줘야 할 날이 되었습니다. 형은 동생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둘이 같이 가면 산적들이 의심할 수 있다. 뭔가 패거리를 끌고 왔다고 말이야. 자칫 일을 그르칠 수 있으니 너 혼자 가도록 해라.
나는 숨어서 망을 보겠다."
형은 다른 꿍꿍이가 있었습니다. 자신은 산적인 척 가장하고 돈을 받아야 했으니까요. 착한 동생은 형의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알겠습니다, 형님. 그렇게 하시지요."
동생은 자신이 마련한 천 냔을 들고 산적을 찾아갔습니다. 산적이 편지에서 말했던 곳에 가 보니 과연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산적 하나가 있었습니다. 동생은 산적에게 돈을 주면서 말했습니다.
"자, 여기 천 냥을 가져왔습니다. 제 아버님의 머리를 돌려 주십시오"
"그래, 약속을 지켰구나. 나도 네 아버지의 머리를 돌려주겠다."
산적으로 변장한 형은 아버지의 머리를 동생에게 건넸습니다.
그때 갑자기 형의 아들이 칼을 빼고 나타나서 벽력같이 소리쳤습니다.
"네 이놈! 이런 무도한 짓을 하다니, 그러고도 살기를 바라느냐!"
산적으로 변장한 형도, 돈을 갖고 온 동생도 깜짝 놀랐습니다. 형의 아들은 순식간에 칼을 휘둘러 산적으로 변장한 자기 아버지의 머리를 베어 버리게 되죠.
"삼촌, 드디어 원수를 갚았습니다. 이제 마땅히 이놈의 복면을 벗기고 얼굴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눈앞에서 갑자기 벌어진 일에 동생은 경악했습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조카의 말대로 산적의 복면을 벗겨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누구입니까 자기 형이지요.
형은 이렇게 악행을 저지르다가 그 과보를 받은 것이리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무슨죄입니까? 악인이라 한들 제 손으로 아버지를 죽인 것이니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야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악업을 지으면 본인에게는 물론이요, 그 자손에게까지 화가 미친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인과응보의 이치를 항상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 합니다.
ㅡ 기도 가피 이야기 중에서.. ㅡ
- 이전글복을 지어 운명을 바꾸다 24.10.30
- 다음글복을 다 까먹은 욕심쟁이 집안 24.10.2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