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 다 까먹은 욕심쟁이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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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을 다 까먹은 욕심쟁이 집안
경남 함양의 한 마을에 구두쇠에 욕심쟁이인 부자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집안사람들은 모두 남한테 베풀 줄 모르는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해요. 그래서 가난한 사람이나 탁발하는 스님이 찾아오면 모욕을 주고 쫓아내기 일쑤였지요.
하지만 딱 한 사명,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 집에 시집온 며느리가 그랬지요. 불심도 깊던 며느리는 걸인이나 스님들이 찾아오면 몰래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한 스님이 탁발을 왔습니다. 스님이 대문 앞에서 목탁을 치고 있는 것을 본 욕심쟁이 할아버지는 화가 나서 스님을 내쫓으려고 했습니다. 그때 스님이 말했습니다.
"거사님이 부자로 사시는 것은 전생에 복을 많이 지어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복을 다 까먹고 계시니 안타깝습니다. 그러지 말고 복을 지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욕심쟁이 할아버지가 이런 말을 들을 리 있나요? 늘 그랬던 것처럼 할아버지는 그 스님을 내쫓았습니다.
이 집 며느리는 그 광경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쌀 한 바가지를 준비해 몰래 집을 나서서 떠나시는 스님을 붙잡고 말했습니다.
"스님 이거 받으세요.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보살님은 참으로 마음이 곱구려. 그런데 이 집안은 이미 복을 다 까먹어서 올해 안에 큰 화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여기에서 몸을 피해야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본인에게도 화가 미치게 될 것입니다. 집안 식구들이야 모질어서 그렇다곤 해도 보살님까지 화를 입어서야 되겠습니까?
스님은 이 말을 남기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한동안 며느리는 스님의 말에 마음이 불안 했습니다. 하지만 바쁜 집안일에 쫓겨 어느새 스님이 한 말을 잊어버렸지요.
이후 여름이 되었을 때 며느리의 친정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머니가 위독하니 빨리 와서 임종을 지키라는 것이었지요. 며느리는 시댁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급하게 친정으로 갔습니다.
친정에 도착해 보니 다행히 어머니의 상태는 좋아져 있었어요. 한숨 돌린 며느리는 다시 시댁으로 돌아가려고 했지요. 그때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친정 식구들은 폭우 때문에 가는 길이 위험할 테니 비가 그친 다음에 가라며 며느리를 붙잡았습니다. 할 수 없이 며느리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친정에 더 머물렀습니다.
며칠이 지나 비가 그친 후 며느리는 다시 시댁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눈앞에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어요. 며칠 동안 내린 큰 비로 강이 넘쳐 집은 떠내려가 버리고, 식구들도 다 죽어 버렸던 것이지요.
그 폐허를 확인한 며느리는 풀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스님이 해 주었던 말이 떠올랐어요.
"이 집안은 이미 복을 다 까먹어서 올해 안에 큰 화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모진 사람들이었을망정 가족을 다 잃은 며느리는 그 뒤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죽은 시댁 식구들을 위해 평생 불공과 천도제를 올리며 명복을 빌었다고 합니다.
ㅡ 기도 가피 이야기 중에서 ..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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