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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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계에 나타나는 모든 사물들은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서 생멸하는 존재이며, 고정불변 하는 자
성(自性)이 없다. 사물은 단지 원인과 결과로 얽힌 상호 의존적 관계에 있기 때문에 무아(無我)이
며, 무아이기 때문에 공인 것이다. 이때의 공은 고락(苦樂)과 유무(有無)의 양극단을 떠난 중도(中
道)이며, 이것이 부처님이 깨달은 내용이다. 공의 사상은 인간의 그릇된 입장을 파사(破邪)하여 현
정(顯正)하는데 있는 것이므로 어떤 사람이 현상계에 집착하면 그것이 공이라는 것을 가르치며,
또 열반에 집착 하면 열반 또한 공이라고 가르친다. 이는 사람들이 집착하는 가지가지 대상이 본질
적으로 공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에서 설한 18공의 경우도 이와 같은 것
이다. 우선 사물을 감각하고 지각하는 인간의 육근(六根)이 공하다(內空). 다음으로는 육근의 대상
이 되는 육경(六境)이 공하다(外空). 이렇게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관념적인 것에 이르기
까지 온갖 집착의 대상이 공함을 밝히고, 마침내는 그 공도 공임(空空)을 설한다. 이는 모든 사물
이 공하다는 관념에 집착하여 허무주의적인 경향에 빠져 버리는 공병(空病)을 치유하기 위한 방편
설이다. 더 나아가서 부정하는 실체로서의 공조차도 부정하는데, 이는 또 다른 공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설은 대립적인 상대 의식이 공하다는 것일 뿐아니라, 상대를 넘어선 절대 또
한 공한 것임을 가르치는 것이다. 공은 가설적인 이름을 붙여 공이라고 한 것일 따름이며, 공 자체
는 진리가 아니다. 즉 공은 진리를 밝히는 한 가지 방법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공은 객관적 세계
를 부정하는 절대무(絶對無)를 가리키는 말도 아니다. 특히 <반야심경>에서는 물질적인 현상과
공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 떠날 수 없는 상관관계로써 이루어져 있음을 "색즉시공 공즉시
색"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사물의 본질이 공으로 파악된다는 것을 말할 뿐만 아니라, 공
은 그 파악되는 사물을 떠나서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일체가 공이라고 관하는 것을
공관(空觀)이라 한다. 공은 허무가 아니고 공을 관하는 것은 진실한 가치의 발견이므로, 진공(眞
空) 그대로가 묘유(妙有)라는 것이다. 이것을 진공묘유라고 한다. 이에 반하여 공을 허무적인 것으
로 이해하는 것을 악취공(惡取空)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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